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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10월9일은 한글날…한국어 수업현장을 찾아서, "어릴 적 날 떠난 엄마…그래도 사랑합니다"

미국에 온지 1년만에 엄마가 집을 나갔다. 엄마는 낯선 땅에 어린 딸을 남겨두고 한국으로 돌아갔다. 아빠도 그 딸을 이모 손에 맡기고 타주로 떠났다. 어릴적 이혼한 부모에 대한 기억이다. 까만 피부에 하얀 이가 매력적인 제니스씨는 한국인 모친과 미국인 부친 사이에 태어난 혼혈아다. 출생지는 독일이지만 어린 시절은 주로 한국에서 지냈다. 한국 이름은 최민정, 미국 이름은 엄마쪽 성을 살려 제니스 최 하워드다. 부모와 함께 버지니아에 온 것은 10살 때, 엄마가 집을 나간건 11살 때였다.  “저 때문에 나간거예요. 제가 엄마를 힘들게 해서 한국에 돌아갔거든요.”  엄마가 밉진 않았냐는 질문에 그는 ‘모두 내 잘못’이라고 했다. 자신이 어릴 때 엄마 속을 많이 상하게 해서 집을 나간거라며 “엄마를 미워한 적은 한번도 없다”고 말했다. 아빠까지 타주로 간 뒤엔 인디애나에 거주하는 이모와 함께 살았다. 그래도 엄마와 한국을 잊지 않기 위해 한국 드라마를 보고 한국 노래를 들었다. 덕분에 말하고 듣는 한국어 실력은 제법이다. 마지막으로 엄마를 만난 게 15살 때니 벌써 10년도 넘었다. 한국에 나간 것도 그때가 마지막이다. 3년 전 첫 아이 동희를 낳은 후로는 그나마 전화통화도 끊겼다.  “결혼도 안한 딸이 애를 낳았으니 얼마나 화가 나고 창피했겠어요. 그 마음 다 이해할 수 있어요. 그래도 제 아들 입양 보내라는 엄마 말은 따를 수가 없었어요.” 모친은 그 뒤로 연락을 끊었다. 그는 “엄마가 왜 그러는지 잘 안다”며 “한국 사람들이 미혼모를 어떻게 바라보는지도 안다. 그래서 한인들이 많이 다니는 교회는 못 다닌다”고 말했다.  혼자 아이 키우랴, 일하랴 바쁜 와중에도 2년 전부터는 노바 커뮤니티 칼리지에서 수업을 듣고 있다. 나중에 종합대학으로 편입해 심리학을 공부하고, 그 다음엔 법대에 진학해 변호사가 되는게 꿈이다. 엄마가 자랑스러워하는 딸이 되고 싶기 때문이다. 이번 학기엔 특별히 한국어 수업도 수강중이다. 공부에 몰두하다 보면 어느새 마음이 뿌듯해진다. 수업 중 한국말도 열심히 하고, 문화도 새롭게 배우고 있다.  “나중에 성공해서 한국에 꼭 갈거예요. 저 미워해도 괜찮아요. 엄마, 사랑해요!”  유승림 기자 ysl1120@koreadaily.com

2011-10-07

[기획] 10월9일은 한글날…한국어 수업현장을 찾아서, "한국문화 좋아 한글 배워요"

“한식·K팝 좋아서”…한국어 배우는 사연도 가지가지 NVCC 수업 듣는 학생 2세대·주한미군 출신 등 다양   최근 몇년새 버지니아 애난데일 등 한인 밀집 지역을 중심으로 워싱턴에도 한류의 바람이 불고 있다. 주로 한식과 한국 음악(K-팝) 등 한국 문화에 대한 사랑으로 표현되는 한류는 어떻게 진화하고 있을까. 9일 한글날을 앞두고 애난데일 노바 커뮤니티 칼리지의 한국어 수업 현장을 찾아가 봤다. 한인 1.5세와 2세는 물론 다인종 미국인까지, 다양한 학생들이 교실을 가득 채웠다. 동양 문화에 관심이 있어서, 엄마의 나라 한국을 알고 싶어서, 한국에서 산 경험이 있어서 등 한국어를 공부하는 사연도 가지가지였다.    갑작스레 뚝 떨어진 기온에 옷깃을 여미던 지난 3일 저녁. 한국어 101(기초) 수업이 열리는 노바 커뮤니티 칼리지를 찾았다. 수업 시작 전부터 일찌감치 자리를 잡고 앉은 학생들이 제법 많았다. 문을 열고 들어서자 낯선 사람인데도 ‘안녕하세요’라며 반가운 인사를 건넸다.  지난 2005년 개설된 노바 한국어 수업엔 매 학기 20여명의 학생들이 등록해 한국어를 배우고 있다. 고교생부터 직장인까지 나이도, 피부색도 다르지만 교실에 들어오는 순간 같은 반 학생이 된다. 미국에서 태어난 한인 2세나 어릴 때 미국에 온 1.5세, K팝 등 한국 문화에 관심있는 미국인들이 대부분이다.  일본과 한국, 중국 등 동양 문화에 관심이 많은 알렉스 보그먼(21)은 일본어에 이어 한국어를 배우고 있다. 수업이 시작된지 이제 한달 정도 됐지만 벌써 웬만한 한글은 쓰고 읽는 정도가 됐다. 한인 친구들이 제법 많다더니 애난데일 꿀돼지, 초콜릿, 브리지 베이커리 등 한식당 이름을 줄줄이 뀄다. 불고기, 김치, 고추장, 라면도 좋아한다며 웃었다.  그는 “언어를 배우는 건 그 나라의 문화를 알게 되는 좋은 방법”이라며 “문화를 알려면 일단 언어를 알아야 한다는 생각에 수업을 듣게 됐다”고 말했다.  DC에서 IT 컨설턴트로 일하는 케리스 셰프(30)는 지난 2000년 미군으로 복무 당시 1년간 한국에서 살았다. 돌아온 후에도 한국어 책을 사서 혼자 공부를 계속해왔다. 그는 “뉴욕 북부에 살 때는 주변에 한국어를 배울 곳이 마땅치 않아 아쉬웠다”며 “올 여름 워싱턴으로 이사 오면서 가장 먼저 한국어 수업을 찾았다”고 말했다. 이름을 물어보자 ‘케리스’라며 직접 또박또박 한글을 써서 보여줬다. 그는 여러사람이 금새 어울려 친해지는 한국의 사회 분위기, 특히 노래방이 좋다고 말했다. 알링턴에 살면서 틈틈이 애난데일에 들러 한식도 맛보고 있다. 예촌이나 본촌, 꿀돼지 등 인기있는 식당을 주로 가지만 새로 생긴 곳이나 안 가본 곳도 찾아가보곤 한다.  이날 수업에서 만난 곽하영(30)씨는 한국인이다. 부모를 따라 줄곧 외국에서 생활해 한국 문화에는 낯선 편이다. ‘10월 9일이 무슨 날인지 아냐’는 질문에 ‘내 생일’이라고 대답했다. 실제로 그의 생일은 한글날인 10월 9일이었다. 영어가 모국어지만 아프가니스탄,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독일어, 일본어 등도 구사한다. 군대도 다녀왔다. 군대 생활에 대해서는 “해병대에 지원해 백령도에서 지냈는데 처음엔 말을 잘 못 알아들어서 힘들었다”고 기억했다. 특이하게 영어로 ‘야전교본’ 패러디 책을 낸 그는 직업 군인이 되는게 꿈이라고 덧붙였다.  밤 늦은 시간 피곤할 법도 한데 학생들은 수업에 귀를 기울이며 한국어 공부 삼매경에 빠졌다. 수업 중 궁금한 건 바로 묻고 자유롭게 의사표현을 하는 학생들. ‘한국’이라는 공통 분모로 묶인 사람들이었다.  유승림 기자 ysl1120@koreadaily.com

2011-1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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